'양 박이 쐈다' 박지성 결승골·박주영 쐐기골…일본에 2-0
'양박'이 날았다. 24일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평가전에서 한국대표팀은 기대했던 대로 박지성(29)과 박주영(23)의 골을 앞세워 일본을 2-0으로 완파했다. 박지성이 왜 최고 명문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축선수로 활약하는 지를 에누리없이 보여준 게임이었다. 그는 시종일관 클래스가 다른 플레이를 보이며 일본 선수들을 압도했다. 박지성은 지체하지 않고 전반 6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렸다. 중원에서 볼을 낚아채고 폭발적인 드리블을 앞세워 일본 진영으로 질주한 뒤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일본의 골망을 흔들었다. 3~4명이 달라붙어 저지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박지성은 골을 만든 뒤 곧바로 일본 응원석으로 달려가 위풍당당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별 다른 제스처를 취하진 않았지만 박지성의 아우라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박지성은 오른쪽 미드필더로 경기를 시작했지만 왼쪽과 중앙 그리고 최전방을 넘나들며 폭넓은 움직임을 선보였다. 일본 수비진이 그의 움직임에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박지성은 단순히 기량 뿐 아니라 캡틴으로서도 커다란 존재감을 보였다. 수시로 선수들의 위치를 일일이 손으로 지정해주며 팀의 조직력을 극대화시켰고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일사분란한 움직임을 유도했다. 이날 선제골에 대해 그는 "좋은 위치에서 좋은 골을 넣었다고 생각한다"며 "위치변화를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골이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전 승리로 2연승을 올려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선수들이 큰 자신감을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경기를 중계한 일본방송 캐스터는 박지성의 골이 터지자 "역시 에이스"라고 언급했고 방송팀도 '아시아 No.1 플레이어(캡처 화면 참고)'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양박'의 아우인 박주영도 자신감이 묻어나는 플레이를 보여 고무적이었다. 한일전이 치열하게 전개질 것이 예상됨에 따라 부상 재발을 우려해 '박주영 보호론'도 대두됐지만 박주영과 허정무 감독은 단호했다. 박주영이 20일이 넘도록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만큼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었다. 박주영은 확실하게 '이상무'를 알렸다. 1-0으로 앞서던 후반 시작과 함께 그라운드에 나선 박주영은 4-2-3-1 포메이션에서 원톱 최전방 공격수로 출격해 공격의 날을 세웠다. 초반에는 일본 수비에 고립되는 모습이었고 변변한 슛 찬스도 잡지 못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움직임이 살아났다. 결국 후반 45분 김보경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 지역으로 돌파했고 뛰어나온 골키퍼 나라자키의 파울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박주영은 오른발로 가볍게 나라자키를 따돌리며 골망을 출령였다. 지난해 9월5일 호주 평가전 이후 A매치 223일 만의 골이었다. 골과 경기감각 조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낸 것. 박주영은 경기 후 "허벅지 통증이 전혀 없다"며 "남아공월드컵에서 누가 공격수로 나설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공격수끼리 서로 스타일을 맞춰야 한다"며 공격 라인의 호흡을 강조했다. 박지성의 경기 장악력과 박주영의 경기감각 회복을 알린 일본전이었다. 원용석 기자